미쟝센영화제는 확실히 감독들이 소속감을 가지게 한다. 요구하는 것도 많은데 그때마다 친절하게 전화가 와~ 왜 그런 것이 필요한지 디테일하게 아주 함박웃음- 아주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 그러니까 그들이 원하는 귀찮은 일도 해야 할 수 밖에ㅡ 없고… 또 웬지 그 숙제도 잘 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면서… 이러한 마케팅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영화제 보름전 따로 설명회와 친목도모 자리, 영화제 기간 감독의 활동 비용, 서로 모르는 감독들의 참여 적극유도, 감독이외의 스탭배려, 저작권 이윤창출을 위한 노력과 태도, 영화제를 보다 재미있게 연출하고 싶은 기획의도… 외국의 어느 영화제 보다도 기분좋은 이벤트임을 부정 할 수 없다.
저야 뭐 영광이지요. 굽신굽신.
<멜랑꼴리아> 라스폰트리에
우울증이 세상을 관망하고 불안도 잠식시킨다는 21세기형 심리스릴러. 미국 포토그레퍼 그레고리 크류드슨의 작품같은… 영상원 프렌드들이 찬사해마지않는 그 영상과 비주얼에… 음… 뭐… 너무 많은 찬사를 보내신다들-
…… 찾아보면 누가 이미 다~ 했다고~
나의 진부한 영화는 금요일 오후 12시30분 일요일 6시30분 이렇게 두번의 상영이었고 두번째는 GV가 포함되어 있었다. 평일엔 여기저기 회의 다니느라 갈 수가 없었고 토요일 어느 촬영감독의 결혼식에 갔다가 곧장 부산행 KTX를 타고 밤 10시15분에 도착했다. 타고 움직일때는 모르겠는데 KTX는 정말 빠르구나- 먼저 내려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택시를 타고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 가니 영화제에서 주관하는 술자리가 지금이라고 또 곧장 택시를 타고 번화가로 이동. 곧 쓰러져 가는 포장마차에 영화제 포스터를 잔뜩 붙여 놓고 이미 만취한 사람들이 가득한 그 곳으로 들어갔다. 영화제 관계자는 아이디 카드를 목에 걸라고 했고 난 지금 막 도착해서 아이디를 받지 못했다고 하니 왜 이제 온거냐는 감정실린 멘트에 조금 황당해 하자 일행들이 그냥 신경쓰지 마라고 한다. 조미료가 범벅이 된 맵고 짜고 단~ 안주 두가지와 맥주 몇병 소주 몇병. 술은 별로 먹히지 않았고 안주도 영 손에 안 가면서 결혼식에서 밥을 먹고 온 것에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화장실에 가니 불이 들어오지 않아 아이폰과 라이터를 손을 들고 심봉사의 심정을 죽도록 이해하며 볼일을 봤다.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니며 심사위원들과 말좀 섞어보려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이누도 잇신감독도 함께 자리했는데 그냥 일본 할아버지구나 싶었다. 제일 신나보이는 사람들은 영화제 관계자들 같았다. 술자리를 마칠무렵 여기서 어마어마한 한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상상이라도 해봤나? 한국독립영화 매니아- 오타쿠-
나이는 40은 족히 되어보이는 마르고 작은 체형의 이 오타쿠 일본인은 소문엔 (명확하지 않음) 2003년도 부터 한국의 크고작은 영화제를 모두 자비로 참석하고 관람하고 작품제목과 내용과 배우, 만나본 감독의 인상착의까지 모두 꿰고 있는 그야말로 한국독립영화계의 산증인. 모든건 페이스 북에 기록된다. (이사람 페이스북 찾아보기도 두렵다) 그 다음날 부산에서 상업영화 스탭을 하고 있는 영상원 친구를 만나서 차를 마시며 이 오타쿠를 아냐고 했더니 “아~ 그 머리긴~” 그 아이 말로는 국내 영화제 1년만 돌면 그 일본인을 모를 수가 없다고… 이영화제에서도 만나고 저영화제에서도 만나고… 또 만나고 또또 만나고… 이름까지 외워서 김상~ 이상~하며 GV도 한다는- 이사람은 오로지 한국!독립!영화만 본다하는데 처음엔 관심가져주고 하니까 고마워서 친절하게 전화번호 교환도 하고 오랫동안 대화도 하는데 이것이 어쩔땐 이분 관심이 지나쳐서 이젠 적당히 하고 거리를 둔다고 한다. 그가 우리 술자리 테이블에 와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 제일처음 나에게 한 말이 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나도 모르는 모 배우를 닮았다고 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닮았다고 하는데… 음… 배우가 날 닮으면 어쩌겠다는거?) 한국에 이렇게 자주오면 경비충당은 어떡게 하냐고 그에게 물어보니 술안먹고 담배 안피우면 돈이 모인다는 발언. 내가 본 사람중에 최고 레벨 오타쿠로 인정. (일주일 전에 했던 전주영화제도 다녀왔다는…) 하긴 그러니까 관계자들 모이는 술자리에서도 초대가 되겠지… 심사위원 제외하고 유일하게 60편의 영화 모두 봤다는 근성의 사나이. 영화제 마지막날 상영끝나고 뭐할꺼냐고 물어보니 롯데 시네마에 한국영화 보러간다고 시간표 보고 있더라는-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우리 일행들끼리 나가서 맥주를 먹기로 한다. 양꼬치집에 갔는데 비싸기도 비싸고 맛도 없고 양도 엄청 작아서 빈정만 상하고 바닷가 근처에서 캔맥주 하나씩 마시고 숙소에 들어와 잤다.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 였는데 여러명이 이층침대에서 자는 형태였지만 모텔보다 깨끗하고 좋았다. 점심때 일어나 대충 씻고… (GV를 생각 못하고 안 씻고 나간건 지금도 후회된다. 사진 어쩔꺼야…) 나가서 부산에서 영화 스탭을 하고있는 영상원 프렌드를 만나 맛없는 밀면을 먹고 그녀석의 신세한탄 좀 들어주고 나도 쓸데없는 소리좀 하고나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6시에 다시 영화의 전당 도착. 아이디를 받고 기념품 같은 걸 받았는데 영화제 책자 빼고는 죄다 쓸데없는 것들. 걍 버렸다. 버리면서도 낭비다 낭비- 이돈 아껴서 차비나 좀 챙겨주지- 하는 생각. 관객들이 별로 없어서 (객석 절반) 이건 뭔가… 싶었는데 나중에 듣고보니 그나마 내 영화 상영 시간이 관객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이건 대체 누구를 위한 영화젠지… 극장은 새로지은 것이라 시설이 좋았다. 그리고 상영. 오랜만에 보는 내 영환데 손발이 극하게 오그라들고 민망해서 일행들 반응도 못살폈다. 영화가 끝나고 드뎌 GV. 위에서 말한 한국독립영화 오타쿠님께서는 맨 앞자리로 와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시고… 드디어 엄청난 GV가 시작되었다.
외국감독 두명 한국감독 나포함 두명. 외국인 감독들이 관객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 통역이… 다 듣고나서 말한다… 못하겠어요~ 한번은 그렇게 넘어가는데 두번째 또 그런다. 못하겠어요. 분위기가 카오스로 빠져든다. 외국인감독도 통역도 맨붕. 결국 관객한분이 보다 못해 육성으로 통역을 해준다. 이 감독님은 이꼴을 보려고 독일에서 온거다. 통역은 자원봉사자로 보이는데 실력도 형편 없거니와 책임감도 없었다. 관객들이 나에게도 질문을 했는데 인상적인건 남녀가 만나 교차되는 장면은 엄청 진부한 표현인데 왜 진부하게 찍었냐고해… 할말이 없어…
앞으로 진부하지 않게 찍겠다고 했다.
오늘 이 이야기를 이창동샘에게 해드리니 완전 빵~ 터지셨다. 나도 GV가면 그런 얘기 듣는데 하시면서… 촬영 왜 그따위로 했냐는 소리도 들으셨었다고… 오타쿠님께서는 관객의 질문이 좀 시리어스 했지만 신경쓸 일이 아니다 니영화 좋았다…고 하는데… 이거 뭐… 나 위로해주는거? (괜찮아 나 상처받지 않았어~) 알수없는 몇몇의 관객이 나에게 다가와 사진찍기와 싸인을 요구해. 이런거 해봤자 쓰일데도 없는데 라고 회유 했지만 감지않은 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혔으며 카드명세서에 하는 싸인을 하고야 말았다. 상영과 GV가 모두 끝나고 최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직하신 목캔디님을 만났다. 잠깐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고 영화제동안 함께 했던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범접하기 힘든 유명배우와 아티스트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시간 가량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우리끼리 맥주를 한잔 먹다가… 만취한 수상예정가가 한턱 낸다고 해. 그래도 회는 한 사라 먹고 가야지하는 모두의 바람데로 근처로 이동해서 횟집을 갔는데… 역시 만취한 수상예정자가 회가 너무 비싸다고 큰소리로 겐세이를 놓자 우리는 갑자기 너무 무안해 ‘같이 내면 되지…’ 하고 우럭 한접시를 먹는데 기분이 나빠진 만취한 수상예정자가 화를 내면서 가버렸다. 이래저래 뭔가 이상한 일정을 마치고 아침6시 첫 차를 차고 서울에 왔다. 부산 톨게이트를 지나오면서 ‘이건 대체 뭐야?’ 하는 기분.
보기좋게 낚였어.
강의가 있는 날이라 서둘러 준비하고 나서려는데 달력을 보니 스승의 날이다. 현대백화점에 들려 학생들과 나눠 먹기 좋은 파이 두판을 사서 이창동샘 오명훈샘 이렇게 가져다 드리니 좋아하신다. 노래도 불러 드리려 했는데 그건 됐다고 하신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학생들이 나에게 선물을 준다. 난 스승도 아니고 선생도 아니고 그냥 학원강사같은건데 안 줘도 되는데… 라고 했더니 그래도 드리는거란다. 줄때는 아무렇지 않은데 받으니까 엄청 뻘쭘하다.
갑님과 을님들의 리플라이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망부석이 되려는 찰라. 엔하위키에서 오덕이 되려는 순간. 갑자기 또 전화전화. 다들 또또또 급하다고 난리. 이거 뭐지? 어쩌자는 거지? 왜 그러는거지? 부산은 물 건너 간 것 같지? 그치? 그게 뭐가 중요해~ 그치?